Date. 2007-05-30 18:56:43.0 Hit. 18269
[부부] 부부생활에서 사랑보다 중요한 것 | 관리자
부부생활에서 사랑보다 중요한 것

1.감정이입의 능력

감정이입이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봄으로써 그 사람의 느낌, 마음, 생각을 이해하고 간접경험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내 감정을 상대방에게 이입시켜서 '나와 너'의 융화를 꾀하는 정신작용입니다. 그 사람의 마음 안에 잠시 들어가 구경해 보는 것이죠. 결혼 초반에는 낭만적 사랑과 꿈, 기대로 충분히 행복하지만 긴 세월을 배우자와 함께 하기 위해서는 감정이입능력이 중요합니다. 비단 결혼생활 뿐만 아니라 의미있는 대인관계를 위해서는 감정이입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죠. 이건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부는 서로 협조하고 융화되면서 공동의 결정을 내리고 이에 공동의 책임을 지면서 발전하는 특수관계입니다. 이 때 서로에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수용적이고 너그러워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 관계는 거래, 비즈니스관계의 속성을 띠게 되고, 상대방을 누르며 내 입장만 정당화하게 되며 이내 관계가 가파르게 메말라갑니다. '존중받는구나'라는 느낌이 소멸되게 되죠. 우리가 생활 속에서 감정이입을 하기 위해 애쓰고 너그러이 배우자를 바라보면 상대방의 결점, 실수, 한계 등을 비판없이 바라보며 편안히 견딜 수 있게 됩니다. 억지로 참는 게 아니라, 편안하게 그저 바라보아 지는 것이죠. 자연스럽게 배우자의 마음에 들어가게 되면 상대방에 대한 불만, 비난도 감소하고 싸움거리도 확연하게 줄어들게 됩니다. 사랑하는 커플은 싸워도 감정이입이 잘 되는 커플은 싸우지 않습니다.

2.집착을 놓아버릴 수 있는 능력

부부는 사랑을 기반으로 출발한 애착관계이고 너와 내가 짝이 되어 상대방과 무엇인가를 주고받는 관계이므로 서로가 조심하지 않으면 금방 집착이 일어나게 됩니다. 인간은 타인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지만 이 의존이 정도 이상으로 증대될 경우, 그것은 의존이나 사랑이 아니라 강요, 집착이 되어버립니다. 꼭 ‘그’ 사람에게 내가 원하는 ‘그’ 방식대로 사랑 받고 싶은 욕구가 지나치게 높은 것,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그 모습대로 통제하려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좌절되었을 때 상대방에게 원망감과 적대감을 품고 압박을 가하는 것이 집착입니다. 배우자에게 이런 식의 마음이 생기면 그 결혼생활은 아주 고통스러워집니다. 사랑에 대한 환상과 자기중심적 욕구가 한 지점에 쏠리면서 생기는 고통이지요. 어떤 특정인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구, 그 집착을 놓아버릴 수 있다면 삶은 그만큼 다채롭고 풍요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들과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사랑인 “보편적인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됩니다.
(보편적 사랑이라는 게 무엇인가요?)
배우자의 특별한 사랑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사람, 다양한 계층, 다양한 대상, 신념에 대한 사랑/헌신이지요. 집착을 놓아버리면 특정한 대상에 집착하기 이전에 가졌던 열린 마음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배우자의 사랑에만 의지하지 않고 사랑과 지지의 또 다른 원천을 향해 마음이 열리는 것이지요. 그렇게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결혼생활도 행복하게 꾸려갑니다.

3.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 고독을 받아들이는 능력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은 영국의 위대한 정신분석가이자 소아과 의사인 도널드 위니캇이 설파한 개념인데요, 홀로 있으면서 고요한 시간을 즐기고 누릴 수 있는 정서적 안정감을 가리키는 개념입니다. 홀로 있어도 허기지지 않고 공허하지 않은, 목마른 갈망이 없는 평안한 상태를 말합니다. 타인 없이도 마음의 고요와 평정을 누릴 수 있고 마음에서 떠오르는 그 어떤 감정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또 물리적으로 타인과 함께 있는 시간이라 하더라도 홀로 있음의 존재감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능력, 타인이 침묵하고 있을 때에도 상대방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고 침입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지요. 우리가 홀로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계속 사람을 만나고 쇼핑하고 텔레비전보고 음악 듣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 갖고 간섭하거나 험담하는 행동이 자주 나타나게 되는 겁니다. 중독으로 빠지게 되구요. 반면 고독이란 홀로 있음을 성숙하게 견디면서 관조하고 즐기는 자가 누릴 수 있는 성숙한 정서입니다. 인간의 조건인 절대고독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지요. 나 홀로 있으면서도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는 상태가 바로 고독입니다. 누군가의 부재를 느끼며 갈망하는, 내 곁에 없는 그 사람을 원망하며 느끼는 외로움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이렇게 절대고독을 받아들이며 홀로 의젓하게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좋은 배우자 또한 될 수 있습니다.

4.지루함을 견디는 능력

결혼생활이 어느 정도 되다보면 권태기가 오게 되죠. 배우자, 결혼생활 자체, 삶이 지루해지고 재미없고 공허감이 드는 상태인데, 이 때 우리는 사랑이 식었다, 배우자가 변했다, 또는 결혼 잘못했다...등등 불평불만이 증가하게 되고 배우자를 비난하는 마음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이 때 결혼과 가정 밖에서 다른 즐거운 활동, 자극적인 상황을 찾아나서게 되는 충동이 싹트기도 합니다. 쇼핑, 성형, 여행…등등....뭔가 내 정신을 확 뺏어가는 활동을 탐닉하면서 지루함을 한 방에 날려버리려 하죠. 인간이란 힘겨운 가난과 궁핍, 사랑의 쟁취...등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안정궤도에 올라서게 되면 숙명적으로 지루함과 공허함을 만나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삶이 그렇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 때가 아주 중요합니다. 지루함의 노예가 되느냐, 의젓하게 지루함을 다스리고 활용할 수 있느냐의 양갈래길 앞에 서게 되는 것이죠. 지루함과 공허감이 느껴질 때 무엇인가 새로운 것에 중독된다든지, 섣부르게 사랑이 식었다고 해석하거나 배우자를 문제시하는 부부들이 많습니다. 혹은 의미없는 자극과 재미를 쫓으며 욕망을 채우거나 혹은 부부가 처해있는 스트레스상황에서 회피해 버리는 모습도 나타날 수 있구요. 이 모두를 우리는 경계하여야 합니다. 인간인 이상 지루함과 공허함을 완벽하게 떨칠 수 없고 그런 에덴과 같은 상태 또한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겠지요. 지루함과 공허함이 밀려들 때, 권태감이 찾아왔을 때가 바로 도약의 시기일 수 있습니다. 내면 세계를 쇄신하고 나 자신을 혁신하는, 한층 성장할 수 있는 진화의 시기로 삼으셔야 겠지요. 부부는 지루함을 견디고 그 속에서 새롭고 즐거운 삶을 누리는 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그렇게 앞을 향하여 담대히 나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삶의 의미"이기도 하구요.

5.문제가 있을 수 있고 불완전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능력

부부클리닉에 오는 부부들 중에 상당부분의 부부가 자신들의 결혼생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나도 부족하고 배우자도 불완전한 인간이고 자녀도 마음에 들지 않고….그런 생활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죠.. 그래서 "별 일 아니야, 사소한 일이야, 나아질거야.....다 그런거지 뭐....."라며 문제상황을 축소하거나 부인하며 대응하는 부부가 많아요. 혹은 많은 부부들이 배우자를 "비난"하거나 무시하고 몰아세우지요. 결혼생활의 실망과 갈등을 배우자 탓으로 돌려버림으로써 '실망스러운 현실'을 회피하고 배우자에게 책임을 돌려버리는 것이지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배우자에게 '네 잘못이다, 네가 변화하라'고 강요하게 되구요...그러는 과정중에 문제상황은 방치되면서 눈덩이처럼 커지지요....대인관계안에서 문제가 있다는 자체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입니다. 그것을 편안하게 인정하고 수선하면 되는 것이죠. 완벽하고 문제가 없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죠. 문제를 인정하지 않으면 문제상황이 방치가 되면서 눈덩이처럼 문제가 커지게 되고 그러면 더 힘들어지지요. 따라서 뭔가 문제가 느껴지면 빠르게 인정하고 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게 좋습니다.


* 위 내용은 mbc radio에서 진행된 김선희의 부부특강에서 일부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